보가트. 4학년.
제 이름이 호명되기 직전까지 망토의 후드를 벗을까 말까 고민하며 그 끝을 매만지다 결국 얼굴에 그림자 드리운 채로 그것의 앞에 섰다.
그것은 러브를 인식하자마자 바로 모습을 바꿔간다. 아직 제가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인 것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긴장이 되어서 숨을 한 번 고른다. 아래로 흐르던 시선을 올려 그것을 마주하면...
등을 보이며 서 있는 몇몇의 사람들.
다른 애들 눈에는 단순히 보이겠지. 그래도 눈치가 빠른 이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뒤를 돌아선 사람들 중 셋은 하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으니 아마 러브의 가족일 것이다- 라고. 그 외에 사람도 아마 러브와 가까운 인물들이겠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러브는 그들이 누군지 한눈에 알아봤다.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나를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 헌데 그 사람들이 내게서 등을 돌리고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흐르는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는다. 이 공기를 처음 들이마시는게 아니었다. 이렇게 내가 고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움츠러들게 한 원인, 하지만 친구는 아니더라도 가족만큼은 나를 절대적으로 봐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현재 저를 둘러싼 사황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치기 어린 마음이 올라와 당장이라도 쾅 소리를 내며 발로 바닥을 구르고 싶었다. 씨근덕대는 숨소리가 작게 울린다. 분이 넘쳐 흘러내릴지언정 터지지 않도록 꾹 참아내려 할수록 머릿속에서 제 목소리가 소리치기 시작한다. 나를 봐! 나를 보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안아주고, 사랑해주어야지. 내 진짜 가족들이 내게서 멀어질 리 없는데 감이 저런 하급 생물 따위가 이딴 모습을 보여!
보가트가 모습을 바꾸고, 러브가 아무런 말이 없다가 지팡이를 들어올려, 주문을 외우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리디큘러스!
등을 돌리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 형태를 바꾸더니 주문에 따라 화목한 가족 사진의 모습을 띈다. 제대로 얼굴을 보이면서 웃는 낯으로, 러브와 함께. 그래. 이게 옳은 것이란다. 감추지 못한 감정 때문에 눈에는 금방 물기가 맺혀 훌쩍이면서도 그리 생각했다. 누가 겁이라도 먹을까봐.